ESG경영, 2021 한국 경제계 '화두'


ESG란?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투자 의사결정 시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한다. 사회책임투자란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해 평가한다. 기업의 ESG 성과를 활용한 투자 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기업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2000년)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2021년 주목할 만한 ESG 트렌드는 무엇일까...1편 기후변화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최근 ‘2021 ESG Trends to Watch’라는 보고서를 내고, ▲기후변화 ▲ESG 버블 ▲생물다양성 ▲ESG데이터 공시 ▲불평등 등 5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5가지 키워드별로 보고서 내용을 요약해본다. 1편은 기후변화다.

파리협정은 세기말인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2°C 이하로 낮추는 목표에 합의했다.(더 나아가 온도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그래야 지구 온난화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전 세계가 합의한 것이다)

2015년 열렸던 파리협정은 기후 재앙으로부터 탈출 경로를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2021년부터는 기후변화에 관한 더욱 가파른 등반이 시작될 전망이다.

MSCI ACWI 지수(MSCI의 대표적인 글로벌 지수)의 8900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MSCI의 ‘온난화 가능성 매트릭스’(Warming Potential Metrics)을 통해 조사한 결과, 향후 지구온난화가 약 3.6°C가 진행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글로벌 경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달하게 될 온도인 4~4.8°C보다 조금 약한 수준이다. 만약 2°C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5%씩 줄여야 한다. 만약 1.5°C 이하로 맞추려면, 매년 9~15%를 줄여야 하며, 그래야 2050년 넷제로가 된다. (물론 넷제로가 된다고 해도, 지금까지 배출해낸 온실가스는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현 상태만으로도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은 계속된다)

2100년까지 1.5°C 내지 2°C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MSCI ACWI 지수에 속한 모든 기업들은 평균 8-10%의 탄소 감축(스코프1,2,3 포함)을 해야 한다. 가능한 방법은 3가지다.

▶Engagement(관여 혹은 개입): 탈탄소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에 개입해야 하는데, 일부 기업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최근의 수치로만 보면 희망이 없어보인다. 지난 5년 동안 지수에 속한 8900개 기업 중 3%만이 매년 평균 8% 이상의 직간접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왔다. 기업들 중 32%가 자신들의 배출감축 목표치를 달성했다. 472개 기업들, 약 5% 정도의 기업들만이 2°C 경로로 탄소감축 목표를 잡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로얄더치쉘, 에넬, 볼보자동차 등 온실가스배출량이 많은 일부 기업들은 최근 야심찬 목표를 발표했다. 또 알파벳(구글 모기업), 애플, 월마트, 바스프, 렙솔 등은 잇따라 탄소 중립 혹은 탄소 네거티브를 약속했다.

▶Portfolio concentration(포트폴리오 집중): 만약 기업들이 탈탄소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양적기법을 동원해 가중치를 두는 등의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MSCI 시뮬레이션 결과 2°C 경로에 맞춰진 회사는 매년 평균 5%씩 줄어들게 돼있는데, 이렇게 되면 2030년에는 원래 기업수의 32%만이 투자 적격대상이 된다. 이는 현재 시가총액의 40% 정도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러한 위협은 기업들로 하여금 탈탄소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된다.

▶Shinfting to other assets(다른 자산으로의 이동): 덴마크와 영국 연금펀드들은 탄소제로를 이끌 수 있는 녹색 인프라에 투자자산을 배정하고,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녹색채권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2020년 9월 최초로 65억유로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5배 넘게 투자금이 몰렸다. '넷제로 자산소유자 연맹(Net-Zero Asset Owner Alliance, 지난해 유엔 지원을 받아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33곳의 회원이 가입된 곳)'은 5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투자하려 하지만, 넷제로 혹은 탄소 네거티브 기술을 가진 기업이 부족하다. 투자자들이 혁신적인 기술에 녹색 자산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2020년 팬데믹을 지나고 나면, 2021년 이후에는 기후 투자자들이 속도를 유지하지 않는 ‘마일 마커(mile-marker)로 변신할 것이다.

출처 : IMPACT ON(임팩트온)(http://www.impacton.net)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2021년 경제전망을 담은 리포트에서 시장(민간)에서 정부로의 무게중심 이동을 예상했다.

공공성이 부각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내다봤다.

◇ ‘큰 정부’ 온다…공공성 앞줄로

KB증권은 2021년 연간전망에서 핵심 키워드로 ‘공공자본주의’를 제시했다.

KB증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과 미국의 집권당 교체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전환(The Great Shift)’을 시사한다며 “주주자본주의에서 공공자본주의로 이동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금의 공급자가 민간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으로 이동한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충격 이후에는 공공부문 역할 확대로 ‘큰 정부’가 등장했다는 점을 배경 요인으로 꼽았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공성이 중시되는 공공자본주의의 등장은 ESG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한다”며 “친환경과 ESG는 유행이 아닌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도덕적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기업이 주주의 이익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이해관계자(stakeholders)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기후변화, 의료위기 등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개인미디어 등을 통해서 대중이 세력화되고 있어서 이익만을 쫓다가 평판을 잃으면 기업은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며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ESG는 매우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생존을 위한 ESG”

특히 대다수 증권사에서 내년을 ESG 투자 확산 원년으로 제시했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경우 2021년 증시 이슈 전망 리포트에서 ESG를 “신(新) 생존 키워드”라고 표현했다. 우선 개인들의 투자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ESG 관련 규제와 투자가 연기금을 중심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ESG투자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주로 ETF(상장지수펀드)와 펀드 형식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착한 기업’ 수익률이 벤치마크 대비 성과로 점차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로 가속화된 기술혁신의 양면성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올더스 헉슬리의 1932년작 소설 ‘멋진 신세계’를 2021년 전망 리포트 제목으로 끌어왔다. 디스토피아적 풍자를 담은 ‘멋진 신세계’를 빗대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금융시장은 가속화된 디지털화와 양극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어떻게 격차를 줄이고 기업들이 변화하는 지가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SG경영은 선택아닌 필수…하나금융, 연말 조직개편으로 전담조직 신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도 현재 금융권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다. 하나금융은 ‘사회가치 금융’ 실천을 위해 국제금융질서에 부합하는 전략 체계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하나금융이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과제는△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환경경영 강화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도입 △지속가능 금융상품 분류체계 정비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 가이드라인 도입 등이다.

이와 관련해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ESG 전담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ESG 기획 섹션을 통해 ESG 경영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하나금융은 2018년 그룹 차원에서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환경경영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환경관련 지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후 환경 평가를 위해 ESG채권 발행 전략을 강화하고 탄소나 오염물질 배출기업에 대한 대출을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등 국가적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동참 중이다. 최근 김정태 회장은 “ESG 중심의 경영을 선택 아닌 필수로 인식하고 국제 금융질서 변화에 부합하는 전략을 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아마존·구글처럼 하라"

2021 경영전략 워크숍서 혁신 자세 강조
전 그룹사 CEO, ESG 경영원칙 서명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그룹 내 600여명의 임직원에 아마존과 구글같은 기업들의 혁신 자세를 갖춰 획기적인 성과를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손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시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시너지홀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2021년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아마존이나 구글같은 거대 혁신기업들처럼 매일을 첫날같은, 'Always Day One'의 자세로 혁신해 시장을 놀라게 할 획기적인 성과를 올리자"고 강조했다.

또 "재무실적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용수철처럼 다시 튀어올라야 한다"고도 했다. 신년사에서 언급한 Resilience(리질리언스, 회복탄력성)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손 회장은 올해 초 급변하는 외부 흐름을 파악해 리스크를 걸러내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혁신 기업만이 더욱 크게 도약할 수 있다는 의미의 '리질리언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손 회장은 지난 연말 수립한 중장기 전략과 올해의 경영전략을 임직원들에게 설명하며, '혁신'과 '효율성'이 올해의 경영목표의 핵심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우리금융의 성장잠재력이 시장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그룹 성장기반 확대 △디지털 No.1(넘버원) 도약 △경영 효율성 제고 △브랜드/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 △리스크/내부통제 강화 △글로벌사업 선도 등 그룹의 6대 핵심전략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날 'Innovate Today, Create  Tomorrow'라는 영문 비전을 행사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난 11일 '오늘의 혁신으로 내일의 가치를 만드는 금융그룹'이라는 비전을 선포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우리은행 등 전 그룹사가 비전과 올해의 경영전략을 공유했다.

ESG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연세대 신진영 교수의 강연을 듣고 전 그룹사 CEO가 ESG경영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다짐하는 ESG경영원칙 서명식도 진행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수준의 ESG경영성과를 달성하고 이를 국내·외 시장에서도 투명하게 평가받기 위해,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와 TCFD(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 권고안) 지지도 함께 선언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이 올해 상반기 조직개편 및 부행장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기업은행은 오는 19일 예정된 2021년 상반기 정기인사에 앞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우선 내부통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내부통제총괄부’를 신설했다. 내부통제총괄부는 영업점과 본부의 법규준수 점검과 내부통제 관련 위험요인에 대한 사전적 통합 관리·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고객 신뢰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지속가능경영 추진을 위해 전략기획부 내 ‘ESG경영팀’을 신설하고 디지털전환 지원을 위해 IBK경제연구소 내에 ‘디지털혁신연구팀’을 새로 만들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7월 혁신경영 추진을 위해 혁신금융그룹, 자산관리그룹 신설 등 큰 폭의 본부조직 개편이 있었던 만큼 이번 조직개편은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최소화하되 바른경영과 지속가능경영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부행장 3명에 대한 승진 인사도 실시했다. 김은희 강동지역본부장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으로, 박주용 IBK인도네시아은행 법인장(본부장급)을 CIB그룹장으로, 전병성 경동·강원지역본부장을 디지털그룹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부행장의 임기는 오는 15일부터 시작된다.

김은희 신임 부행장은 고객관리와 자산관리 부문의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현장 전문가로, 새로운 규제환경에 대응한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갖추는데 기여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부행장 선임으로 기업은행은 최초로 2명의 여성 부행장을 두게 된다.

박주용 신임 부행장은 여신기획부장, 기업고객부장 등을 거치면서 체득한 중기금융 전문성과 IBK 최초로 해외은행 인수합병(M&A)을 이끈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CIB그룹’을 이끌 적임자로 인정받았다.

전병성 부행장은 디지털·정보기술(IT)기업들이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 구로 디지털단지 담당 본부장을 역임하면서 쌓은 현장경험과 인사부·검사부에서 까다로운 현안들을 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담당하게 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순이익·플랫폼·ESG ‘리딩’ 노린다

KB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순이익부터 디지털 플랫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까지 ‘리딩그룹’ 자리를 노린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조48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조3118억원) 대비 5.2% 늘어난 수준으로 KB금융 역대 최대 실적이다. KB금융은 2017년 신한금융이 9년 동안 지켰던 순이익 1위 자리를 탈환한 바 있다. 작년 신한금융보다 많은 순이익을 거뒀을 경우 3년 만에 다시 선두 자리에 오르게 된다.

KB금융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2조877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떨어졌지만 대출자산이 증가한 데다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도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KB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20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9.3% 늘었다. 지난해 9월 자회사로 편입한 푸르덴셜생명의 한달치 순이익 111억원과 염가매수차익이 1450억도 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KB금융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30.8%에서 2020년 3분기 40.3%으로 10% 가까이 높아졌다.

KB금융은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B금융의 올해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는 3조6919억원이다.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올해 이익은 전년 대비 7.7% 성장할 전망”이라며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7.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비이자이익은 푸르덴셜생명 연결 효과 등으로 10.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KB금융은 올해 은행 NIM 안정에 힘입어 이자이익 증가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증권 자회사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푸르덴셜 생명의 연간 이익 인식으로 비이자이익 기반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은 올해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윤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2021년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앞으로 KB는 금융회사의 핵심가치를 유지하되 완전한 디지털 조직,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KB금융은 지난해 말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디지털혁신총괄(CDIO)을 디지털플랫폼총괄(CDPO)로 변경하고 그룹의 디지털 플랫폼 혁신뿐 아니라 플랫폼 내 고객 경험(UE) 개선과 품질보증(QA) 역할까지 담당하도록 했다. 새 CDPO로는 한동환 부사장(전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을 발탁했다.

KB국민은행에는 사업조직과 기술조직이 함께 일하는 25개 플랫폼조직을 8개 사업그룹 내 신설했다. 플랫폼조직은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해 기획과 개발, 운영을 동시에 하는 ‘데브옵스(DevOps)’ 조직으로 각 담당 직원들과 정보기술(IT) 담당 직원이 함께 근무하며 협업한다. KB금융은 핵심 금융플랫폼 중심의 과감한 혁신을 통해 그룹 주요 앱의 종합금융 플랫폼화를 추진하고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울러 KB모바일인증서 중심의 인증 생태계 구축, 마케팅 통합관리 등을 통해 고객이 KB 금융플랫폼을 일상생활(Daily Life)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윤 회장은 ESG 경영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 KB금융은 2019년 말 사회공헌문화부를 ESG전략부로 개편하고 지난해 3월에는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그룹의 ESG 전략을 수립하는 등 ESG 경영체계를 확립했다. KB금융그룹은 현재 중장기 로드맵인 ‘KB 그린웨이 2030’을 바탕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그룹 탄소배출량을 25% 감축(2017년 대비)하고 동시에 현재 약 20조원 규모의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환경을 위한 기후 변화 전략 고도화, 사회를 위한 책임경영 내재화,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산이라는 3가지 ESG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각 전략 방향별 중점 영역을 선정해 추진 중이다. 특히 ‘환경을 위한 기후 변화 전략 고도화’ 추진을 위해 지난해 8월 ‘적도원칙’ 가입을 선언하고 KB국민은행에서 올해 중 가입을 목표로 적도원칙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KB국민은행 등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채권 인수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에너지 기업 ‘ESG 리스크’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은 지난해 12월 7일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에 서한을 보냈다. 전직 풍력 기업 CEO 등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재생에너지 관련 인사 4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라는 내용이었다. 석유 중심의 사업구조와 기존 이사회 멤버로는 에너지 시장 격변기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엔진넘버원은 미국 2위 연기금 캘리포니아 교직원 연금과 영국성공회 펀드 등 우군을 확보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엑손모빌 지분 5%를 보유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의 접촉에도 나섰다. 블랙록은 작년 초 “투자 결정 때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평가 지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압박에 밀린 엑손모빌은 작년 12월 14일 “석유 생산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2025년까지 15~20%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1월 27일에는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이사 후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며 “후속 기후변화 대응 조치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미 CNBC는 “코로나로 실적이 나빴던 엑손모빌은 엔진넘버원 주장에 다른 주주들이 동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엑손모빌로서는 다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에 긴장하고 있다. ESG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대형 투자자가 등을 돌리고 경영권 공격까지 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에너지 공룡’들도 ESG를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SG 리스크에 떠는 에너지 공룡들

작년 12월 7개 국제 환경단체와 1만7000여명의 네덜란드 국민이 로열더치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번째 심리가 셸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원고인 환경단체 측은 “셸이 2019년 발표한 탄소 배출량 저감 목표(2035년까지 30% 감축)는 충분하지 않다”며 2030년까지 45%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 셸은 판결에 따라 강제로 경영 계획을 바꿔야 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셸이 지면 다른 거대 석유회사들도 줄줄이 소송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친환경 투자자 단체인 ‘팔로디스’는 2019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주주총회 때 BP가 석유·가스 사업을 줄이고 저탄소 사업 투자를 늘릴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부결되기는 했지만 주주들 표가 10% 가까이 몰리자 BP도 적지 않게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BP는 지난해 3월 “탄소 중립 목표 실현과 관련해 팔로디스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배구조도 표적이 되고 있다. 작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구글과 제휴해 사우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 인권단체들은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최근호에서 “지금까지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 차익을 얻고 빠지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환경·사회 같은 문제가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주주들 관심도 끌고 있다는 판단에서 기업의 중장기 이슈에 집중하는 펀드가 늘고 있다”고 했다. 작년 ESG 관련 글로벌 투자 규모는 45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500곳이 넘는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모임 ‘기후대응 100+’는 주요 기업들에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SG에 소홀한 기업으로 낙인찍혔다가는 투자 유치 실패와 주가 하락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ESG 리스크 현실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전력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네덜란드공적연금이 작년 2월 6000만유로의 한전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를 회수했다. 블랙록은 지난해 4월 한전을 향해 “석탄 투자는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계획”이라며 지분 매각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전이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석탄발전소 사업에 참여한 삼성물산은 영국 최대 기업연금 운용사 리걸앤드제너럴 그룹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석탄사업 투자를 중단하라”는 압박을 받자 작년 10월 기존 사업만 끝내고 신규 석탄 투자·사업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단기 효율성보다는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기업들이 ESG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할 경우 변혁기에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창용 - 202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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